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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스타일로 정리함)******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제12장. 언어와 문학, 텍스트 장르와 문체
2. 은유
문학적 은유
우리가 '문학적이다'라고 간주하는 표현 중에는 하나의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적인 표현이 많다. 은유(metaphor)는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원래 산문적으로 사용되는 표현 대신 축자적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다른 표현을 사용하여 표현의 참신성을 추구하는 현상이다.
일상 언어 속의 은유
우리는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 부지불식 간에 많은 은유적 표현을 사용한다. 대체로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로 환원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상에서 너무 자주 쓰는 표현들이라서 '내 마음은 촛불이요' 같이 문학적 감흥을 일으키는 은유는 아니다. 사은유와 다른 점은, 사은유가 어떤 사물에 대한 하나의 특정 표현에 관련된 현상이라면(예 '바늘귀'), 일상에서의 은유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이 구체적인 사물에 비견됨으로써 여러 가지 관련 표현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예로는, '사랑'과 관련된 표현들이 있다.
EXAMPLE
사랑에 빠지다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하다
fall in love
---> 이 표현들은 사람들이 사랑을 물건을 담는 그릇이나 용기와 동일시함을 보여 주는 것들이다. 사랑에 빠지다라는 표현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말이라 은유적인 말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니 은유가 맞다고 인정하게 된다. 어디에 빠진다는 것은 공간이나 장소나 그릇이나 용기에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을 누가 처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EXAMPLE
사랑을 받다
사랑이 깨지다
사랑을 빼앗다
사랑을 나누다
사랑이 꽃피다
사랑이 싹트다
사랑을 가꾸다
사랑을 키우다
TV는 사랑을 싣고
---> 사랑은 또한 물건, 꽃 혹은 식물로도 비유된다.
EXAMPLE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있어요.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앞으로는 아주 힘든 길이 될 거예요.
우리는 지금 길에서 벗어났어요.
This relationship is a dead-end street.
Our marriage is on the rocks.
Look how far we've come.
---> 사랑은 여행임을 보여주는 예도 많이 있다. 주로 남녀 사이의 연인의 대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들이다.
사랑과 인생 이외에도 수많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구체적인 사물로 비유되어 일상 언어에서 표현된다. 인지언어학(cognitive linguistics)은 이러한 일상에서의 은유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은유(metaphor)가 두 사물(영역)사이의 유사성에 입각한 표현의 대치라면, 환유와 제유는 현실 세계에서 두 사물 사이의 연관성에 기인한 표현의 대치이다. 제유(synecdoche)는 일부로써 전체를, 혹은 특수한 것으로 일반적인 것을 나타내는 표현법이다. 영어의 'sail'(돛)이 'ship'(배)을 나타내는 따위이다. 환유(metonymy)는 부분-전체 관계 이외의 여러 가지 연상에 의해 어떤 표현이 다른 표현을 대치할 수 있는 경우이다. 영어의 'crown'(왕관)이 'king'(제왕의 자리)을 대신할 수 있는 따위이다. 우리말로도 '왕관을 버리다'라는 표현은 왕의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뜻으로 쓰일 수 있다. 은유의 경우 마찬가지로 환유나 제유에 의한 표현이 자주 사용되어 익숙해지면 비유로서의 힘이 사라진다. 우리말의 '감투'가 머리에 쓰는 의관이라는 일차적 의미와 함께 관직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환유의 성격이 많이 약화되었다.
환유는 특정 맥락에서 상당히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다. 중국 음식점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고 있는 손님이 물을 달라고 할 때, 종업원끼리 "저기 자장면한테 물 갖다 드려라"라고 할 때 '자장면'은 사람을 가리킨다.
문학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는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다. 단, 문학의 시, 소설, 수필 등과 일상 대화는 다른 종류의 텍스트이다. 텍스트 산출의 목적 등 언어 사용 상황이 다른 여러 장르의 텍스트는 그 나름대로의 서로 다른 언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3. 만화의 언어
문학의 영역인 시, 소설, 희곡, 수필 등은, 언어의 사용 상황에 따른 다른 종류의 텍스트 장르이다. 별개의 텍스트 장르인 시와 소설은 서로 다른 언어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만화도 하나의 텍스트 장르로서 고유한 언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만화는 그림과 기호와 말로 구성된다. 만화는 칸과 칸의 연결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데, 그 칸을 구성하는 것이 그림과 기호의 말이다. 그림은 사실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단순화되고 과장된 것이 보통이다. 기호는 몇 가지 정형화된 패턴이 있다.
---> 배경의 선 - 캐릭터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얼굴의 빗금 - 부끄러움을 표현한다.
나선형 모양의 눈 - 혼란스러움을 표현한다.
전구 - 기발한 착상을 표현한다.
머리 위에 피어나는 김 - 감정의 격앙을 표현한다.
그림과 기호와 함께 만화에는 언어가 있다. 만화의 말은 글로 표현된다. 단, 의성어나 감탄사가 말풍선 없이 제시되기도 하나. 만화의 언어는 정형화된 구어 형식으로 희곡이나 시나리오의 대사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실제 대화에서는 말실수가 많이 일어나고 '어, 에' 등 주저하는 말이 많이 쓰이지만, 정형화된 구어인 희곡과 시나리오 그리고 만화의 언어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러한 것들이 배제된다. 만화의 언어는 다양한 글자로 "보는" 말이다. 일상 언어의 경우 표현적 정보는 음량, 억양, 휴지와 같은 운율적 요소에 의해 전달되지만, 음성이 없는 만화에서 표현적 정보는 글자의 모양을 통하여 전달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큰 소리는 큰 글자로, 강한 어조는 굵은 글자로, 그리고 공포의 느낌은 흔들리는 듯한 자형으로 표현한다.
독자들은 말풍선을 통하여 등장인물들이 실제로 말을 하고 생각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말풍선은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톱니 모양의 말풍선이 격양, 열광 등의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만화의 언어는 일정한 정형화를 거친 구어체 문어이다. 일상 언어에서처럼 불필요한 간투사('어, 음, 아')가 없고, 문장의 완결성도 높다. 그리고 맞춤법의 틀을 따른다. 이 점에 있어 만화는 희곡, 시나리오와 유사하다. 대화, 독백, 방백, 해설 및 지문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유사한 면이 있다. 반면에 희곡과 시나리오가 연기를 통한 구어로의 실현을 전제로 하는 중간적 성격을 가지는 반면, 만화는 글로 적힌 상태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최종 매체이다. 희곡, 시나리오가 말하기 위해 씌어진 (written to be spoken) 것인 반면 만화는 구어체이지만 소설과 마찬가지로 읽기 위해 씌어진(written to be read) 텍스트이다. 희곡, 시나리오와 달리 의성어와 의태어가 배경 부분에 많이 쓰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만화를 즐겨보지 않았었는데, 요즘에는 만화책이 아니더라도 웹툰이라는 것이 있어서 가끔씩 찾아보곤한다. 그림과 캐릭터의 표정이나 말투, 성격, 내용을 말풍선을 통해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장르인데, 괜찮은 웹툰을 찾아볼수록 만화의 매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기 있는 웹툰은 드라마나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니 말이다. 신과 함께라는 영화도 웹툰이 원작이었고 최근에 나왔던 드라마 이태원클라쓰도 웹툰이 원작이라고 알고 있는데, 대단한 웹툰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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