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언어학개론

<언어학개론>제11장.언어와 사회:사회언어학-3. 언어와 성

by springwintercoming 2020. 4. 19.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40

 

<언어학개론>제11장.언어와 사회:사회언어학-2. 존대법, 힘의 역학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39 <언어학개론>제11장.언어와 사회:사회언어학-1. 지역방언과 사회방언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38 <언어학개론..

winterlight.tistory.com

 

 

******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스타일로 정리함)******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제11장.언어와 사회:사회언어학

 3. 언어와 성

 

성 차이와 언어

 

  언어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리고 언어 표현이 지시하는 대상이 남자인가 여자인가에 따라 다른 면이 있다. 언어와 성(gender)은 사회언어학의 중요한 주제이다.

  어떤 단어들은 그 의미상 남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중요하다. '누나, 언니, 오빠, 형'과 같은 친족어는 남녀 관계에 기초하여 적절히 사용될 수 있다. 특정 사회방언에서는 일반적인 성별 차이와 다르게 이러한 단어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대학생 사회에서 여자 후배가 남자 선배를 보고 '형'이라고 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어떤 단어들은 여자들에게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미인, 홍일점, 아리땁다'와 같이 반드시 여자에게 사용하는 말, '화장, 얌전하다, 알뜰하다'와 같이 주로 여자에게 사용하는 말들이 있다. 반면에 '미남, 점잖다' 등 남자에게만 사용하는 말, 혹은 '나그네, 건장하다'와 같이 주로 남자에게만 사용하는 말들도 있다.

  우리말에서, 여자가 화자일 경우 나타나는 여러 가지 언어 특징이 있다. 여성 발화어의 음운적 특징으로 '짝다, 쪼끔' 등 경음의 과도한 사용, '요걸로'등의 표현에서 나타나는 ㄹ 첨가가 있다. 어휘적 특성으로는, '근데, 그치, 어쩜' 등 축약어를 많이 사용하고, '요것, 고기, 조것' 등 작고 귀여운 어감의 지시사 사용, 그리고 '어머나, 흥, 피이, 어쩜' 등 여성 특유의 감탄사 사용이 있다. 여성 발화어의 통사적 특징으로는,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말투, 공손한 표현의 사용, 그리고 남성에 비해 '응, 그래, 맞아'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맞장구를 치면서 상대방의 대화를 지원하는 경향 등이 있다. 남자가 대화를 주도하는 반면 여자는 그렇지 않은 경향이 있다는 것은 외국의 말차례 가로채기 연구의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남자가 여자의 말을 가로챈 경우가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성차별적 표현

 

  남녀 언어의 차이는 단순한 차이를 넘어서 차별적인 요소를 보이기도 한다. 즉 성의 차이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성차별(sexism)이 언어에 나타나기도 한다.

  우선, 총칭에서 성차별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39조 1항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모든 국민'이란 병역의 의무를 지는 남자를 말한다. 영어의 'man'은 남성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남녀 구분 없이 인간을 가리킬 수도 있다. 총칭과 관련한 성차별은 직업 명칭에서도 나타난다. 오늘날 의사, 교수, 변호사, 사장은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의사, 여교수, 여변호사, 여사장' 등 여자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말은 있지만 '남의사, 남교수 남변호사, 남사장' 등의 말은 없다. 남자 교수는 그저 '교수'라고 부른다. 그동안은 성차별적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부분인데, 정말 생각해보니 남자 교수는 교수라고 하면서 여자 교수는 여교수라고 하고, 여교사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여의사도 마찬가지이다. 남녀 구분 없이 가리키는 명사일 뿐인데 왜 굳이 여자만 앞에 여자를 붙여서 불렀던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조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직업명이 남자 위주로 되어 있는 것은 영어와 다른 유럽 언어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lady doctor', 'woman doctor'라는 말이 있지만 'man doctor'라는 말은 없다. 문법적 성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어, 독일어 등 유럽어에서 직업 명칭은 대부분 남성 명사라고 하는 사실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직업명에서의 성차별은 근대 사회 이전에 직업을 갖는 것이 남자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현대 사회와 같이 직업에 있어서 남녀 구별이 없어진 시대에도 언어는 옛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의 성차별이 발생한다.

  직업명이 아니더라도 일상 언어에 성차별 요소가 있다. 영어의 'bachelor'와 'spinster'는 모두 결혼을 안 한 젊은이들을 가리키는데, 남자를 가리키는 전자의 단어가 미혼 생활을 즐기는 남자라는 느낌을 주는 반면, 후자는 불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여자라는 느낌을 준다. 우리말의 '놈'과 '년'은 모두 남자 혹은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지만 여자를 가리키는 '년'이 좀 더 상스럽게 들린다. 남자 아이를 보고 "그 놈 참 잘 생겼다"라고 말하는 것과, 여자 아이를 보고 "그 년 참 잘 생겼다"라고 하는 것이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근래 인터넷에서 유행했으며, 이후 종이책으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의 제목 "그놈은 멋있었다"는 그런 대로 괜찮지만, "그년은 멋있었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온다면 영상물 등급 위원회의 통과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 크게 공감했다. '놈'이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년'이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지만 확실히 '년'이 좀 더 상스럽고 욕처럼 느껴진다. 평소에 사람들이 남자 아이를 보고 '이 놈 참 잘생겼네' 라고는 하지만 여자 아이를 보고 '이 년 참 예쁘게 생겼네' 라고는 안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어떤 물건을 가리킬 때에도 '이 놈으로 주세요' 하고 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놈'이라는 말은 욕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아울러, '신사 숙녀, 소년 소녀, 신랑 신부, 장인 장모' 등의 말, 심지어는 '남녀'라는 말에서도 남자가 우선한다는 순서의 성차별이 있다. 반면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표현에서는 반대로 여자가 먼저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를 가리키는 '매춘', '매색', '매음'과 같은 단어들은 성을 파는 행위만을 규정하고 성을 사는 행위를 제외시킴으로서, 성을 파는 행위에만 도덕적 비난을 돌린다. '윤락'이라는 말도 쓰이는데, 사전에 '여자가 타락하여 몸을 파는 처지에 빠짐'으로 정의되어 있다. 성매매가 성을 파는 사람이 아닌 성을 사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짐에도 이러한 용어가 쓰이는 것은,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가 아니더라도, 성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성차별이 우리나라의 속담에도 나타난다. 

 

EXAMPLE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 이 속담은 여성을 비하하는 속담이다. 특별히 우리나라만 언어적으로 여성을 더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속담의 예도 있다.

 

EXAMPLE

 

침묵하는 여자가 지껄이는 여자보다 훨씬 낫다. - 이탈리아

남자는 말을 하지만 여자는 쫑알거린다. - 스페인

여자의 입은 악담의 보금자리. - 몽고

여자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선 수천의 방법이 있지만, 여자의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은 전혀 없다. - 프랑스

 

---> 이러한 속담이나 경구는 전근대적 유물이므로 심각히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오늘날도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성차별주의자일 것이다. 혹은 위 속담들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언어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속담이나 욕과 같은 명시적인 성차별 언어는 아니지만, 은연중에 성차별을 보이는, 근대 많이 쓰는 단어가 '아줌마'이다. 결혼 한 여자를 낮추어 부르는 이 말이 오늘날 여러가지 부정적인 내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이 말은 결혼한 여자에게 무조건 적용되지는 않는다. 결혼을 했지만 30대를 넘지 않고 외모도 처녀처럼 가꾸는 소위 미시족에게는 '아줌마'라는 말이 적당하지 않을 것이다. 아줌마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외모로도 여성적인 매력을 상실하고, 생각이나 행동에서 거리낌이 없는, 조금은 뻔뻔스러운 여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의 암시적 의미를 '아줌마'라는 말에 부여한 것은 성차별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저씨'라는 말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약한 것과 대조된다. 한편, 요즈음에는 경제력을 갖추고 사회생활을 하는, 30-40대의 기혼 여성을 가리키는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가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거부한다. 나는 우리나라만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가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도 비슷한 것을 보고 놀랐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는 굉장히 개방적인 나라라고 생각했고 남녀평등이 당연한 문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속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저러한 속담들도 다 남자들이 만들어낸 것일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예전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았고 교육을 차별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저런 속담들도 나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