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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스타일로 정리함)******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제7장 언어의 의미,의미론과 화용론
4. 심적 표상
언어의 의미를 보는 관점 중 다른 하나를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언어 사용자가 세상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은 언어 표현이 직접 사물을 지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화자가 가지는 세상에 대한 심적 모형을 통한 간접적 연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상황을 화자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이것은 다른 언어 표현으로 기술된다.
EXAMPLE
인호는 동우가 좋았다.
인호는 동우를 좋아했다.
Mary is sleeping.
Mary is asleep.
--> 위 문장의 쌍들은 같은 상황을 기술한다. 같은 상황을 기술하지만 표현 양식이 다른 것은 심적 표상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표상적 의미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표상적 관점에 따르자면 다른 방식의 개념화가 세계의 상황 기술에 영향을 미친다. 예시들의 문장들이 각각 같은 의미의 상황이긴 하지만, 사람마다 떠올린 표현방식, 해석이 약간 다르기 때문에 문장에 약간 차이가 있다는 말 같다. 쉽게 생각하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더라도 다르게 표현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하나의 철학적 견해는 심적 표상을 시각적 이미지와 동일시한다. 즉 '개'라는 말에 대한 심적 표상은 바로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개의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견해의 문제점은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는 많은 단어들이 언어에 있다는 것이다. '자유', '정의', '진리'같은 추상적인 의미를 갖는 단어들의 시각적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더욱이 시각적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는 단어들의 경우에도 사람마다 그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를 수 있는데, 그렇다면 단어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해야 한다. 사람들 사이의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심적 표상을 시각적 이미지가 아닌 개념(concept)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개념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도사리고 있고, 심리학 및 철학에서 개념의 문제는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의미에 관한 논의에서 개념의 중요성은 20세기 전반에 오그든(Odgen)과 리차즈(Richards)의 기호의 표의작용에 관한 논의에서 적극적으로 주장되었다. 기호(sign)가 어떤 사물을 표의하는(signify) 것은 인간의 정신 속의 개념을 통해서이다. 이러한 기호의 표의작용에서 기호와 개념의 관계, 개념과 지시체의 관계는 기본적이며 직접적이고, 기호와 지시체의 관계는 간접적이다. 이 사실이 표의작용의 삼각형 그림에 실선과 점선의 차이로 나타난다.
오그든과 리차즈는 표의작용을 행동주의적으로 기술한다. 즉, 외부 세계의 어떤 사물(지시체)이 화자의 마음에 생각(개념)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그에게서 기호를 이끌어낸다. 청자가 기호를 들으면 머릿속에 생각이 일어나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사물에 주목하게 만든다. 이후의 다른 학자들은 소쉬르와 같이 좀더 심성적으로 표의작용을 설명한다. 단, 소쉬르가 형식과 개념의 결합체로 간주한 기호는 형식으로서의 기호 이상이다. 그들은 기호조차도 심적인 것이고 시호와 개념은 정신(마음) 속에서 연결되거나 상호작용을 한다고 한 것이다. 나아가 언어의 의미를 논할 때 지시체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까지 주장한다. 반대로 중간에 있는 개념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의미의 일차적인 고려에서 개념을 배제하고 기호와 지시체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앞 절에서 논의한, 지시를 기초로 한 논리적 의미론이다.
극단적인 심성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점은 표의작용의 삼각형 모형이 언어의 의미에 관한 논의에서 심적 표상 즉 개념이 중요함을 적절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심적 표상으로서의 개념이 중요한 것은 어린아이의 언어 습득 단계에서 잘 드러난다. 아이들이 어떤 단어를 배울 때 그 단어를 원래 그 의미보다도 축소하여 적용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의미를 확장하여 적용하기도 하는 단계가 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개'라는 단어를 집에서 기르는 작은 개에만 적용하여, 불도그나 도베르만 종의 개는 그렇게 부르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개, 고양이 등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모두 이 단어를 적용할 수도 있다. 어린아이인 언어 학습자에게 '개'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개념화의 과정을 거쳐 조정되면서 그는 궁극적으로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개념을 습득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어린 아이들의 언어 교육에서 한정시켜서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명사의 제한적인 예시들만 보여주고, 이렇다 저렇다고 이야기 해준다면 아이들은 그 명사를 그 예시들로만 인식하여 다른 예시들을 알게 되었을 때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그 예시들을 그 명사라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를 그 의미보다도 축소하여 적용하기도 하고, 의미를 확장하여 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신중하고 현명하게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관계
개념을 원형으로 파악하든 다른 방식으로 파악하든, 개념들 사이에는 여러 가지 관계가 성립한다. 그것은 개념들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망(network)을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개념은 어휘화된 개념을 말한다.
우선 개념들 사이에는 상하관계가 성립한다. 하나의 개념이 다른 개념을 포함할 때 전자가 후자보다 상위에 있다. 상위의 개념을 가지는 단어를 상의어(hypernym), 하위의 개념을 가지는 단어를 하의어(hyponym)라고 한다. 이 관계는 이해적(transitive)이라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계층 구조를 이룬다.
EXAMPLE
동물의 하의어로 짐승, 물고기, 새 등이 있고, 짐승의 하의어로 개, 고양이, 호랑이 등이 있다. 개의 밑에는 진돗개, 불도그 등이 있다. A가 B의 하의어임은 'A는 B이다('A is B')혹은 'A는 B의 일종이다'('A is a kind of B')라는 말이 성립하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 상하관계가 중요한 것은 상하관계가 이루는 계층 구조가 특성의 계승(inheritance)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위 개념은 상위 개념이 가지는 특성을 모두 이어받는다. 예를 들어, 짐승은 털이 있고 따라서 개, 고양이, 호랑이 등도 모두 털이 있다. 털이 있다는 정보가 상위 개념 한 군데에만 명시되면 된다는 경제성이 드러난다. 우리의 머릿속 사전(mental lexicon)은 개념의 계층 구조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개념들 사이에는 부분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하나의 개념이 다른 개념의 부분일 때 그 개념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A가 B의 일부이다/부분이다'('A is a part of B')라는 말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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