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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언어학개론

<언어학개론>제7장: 언어의 의미,의미론과 화용론-3. 지시

by springwintercoming 2020. 4. 17.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36

 

<언어학개론>제7장: 언어의 의미,의미론과 화용론-2. 문법 모형 속의 의미론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35 <언어학개론>제7장: 언어의 의미,의미론과 화용론-1. 의미적 직관과 '의미'의 의미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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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스타일로 정리함)******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제7장 언어의 의미,의미론과 화용론

 3. 지시

 

지시와 지시체

 

  의미에 관한 이론 중 중요한 하나의 입장은 언어 표현의 의미를 그것이 지시하는 세상의 사물, 즉 지시체(referent)와 동일시하는 관점이다. 의미의 문제를 지시(referring)의 문제로 환원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기술하고 묘사하며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하여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나아가 그것이 언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EXAMPLE

 

어제 최민식이 공항에 나타났다.

그가 뉴욕으로 떠났다.

 

--> 이 문장들은 실제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언어로 기술한다. 문장 속의 '최민식'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어떤 영화배우를 지칭하고, '뉴욕'은 지구상의 어떤 도시를 지칭한다. '나타났다'와 '떠났다'도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을 지시한다고 볼 수 있다. 영어로 'refer'라는 말로 표현되는 '지시'라는 것은 말로써 세상의 사물을 골라내는 것 혹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어 표현의 지시체를 영어로는 'referent' 혹은 'denota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어 표현의 의미는 지시체 자체이다.

  '최민식' 같은 고유명사가 세상의 어떤 개체를 지시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 분', '그 사람'과 같은 것들도 지시적 표현이다. 그러나 언어의 모든 표현이 일상적 의미에서의 지시적 표현은 아니다.

 

EXAMPLE

 

그런데, 많은, 아주, -에서, -어요,

and, many, very, in, -ing

 

  위의 표현들은 비지시적(non- referring) 표현들이다. 지시적 의미 이론의 과제는 이러한 비지시적 표현의 의미를 어떻게 지시체를 기반으로 기술하고 설명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형식의미론(formal semantics)은 지시를 바탕으로 하는 논리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론이다.

 

고유명사

  고유명사는 가장 전형적인 지시 표현이다. 사람, 장소, 기관 등의 이름은 그것이 지시하는 세상의 지시체와 연결되어 있고, 고유명사의 사용은 그 지시체를 확인하여 골라내는 일을 한다. 단 여기서 말하는 지시체는 이 세상의 물리적 실체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Catcher in the Rye)의 주인공 콜필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의 미도리 같은, 문학 작품 속의 가상 인물을 가리킬 수도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와 같은 가상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콜리지의 시에 처음 나왔다고 하는 재나두(Xanadu)같은 상상 속의 지상 낙원 등 좀 더 비현실적인 지시체도 인정해야 한다. 단,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 1995)에 나오는 후지이 이츠키처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은 존재한다. 그러나 고유명사가 실제로 특정 맥락에서 사용된 경우 하나의 개체만을 지시한다.

  이러한 고유명사와 지시체의 연결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철학적 논쟁이 있다. 한 가지 견해는 러셀(B. Russell), 프레게(G. Frege), 설(J. Searle)등이 주장하는 기술 이론(description theory)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름(고유명사)은 지식에 대한 지식 혹은 그것에 대한 기술을 간략히 표시하기 위한 표지(꼬리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다음 언어 표현들이 모두 참으로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을 간단히 부르는 표지이다.

 

--> 임진왜란 때의 조선의 해군 장군이다.

     문무를 겸비하였다.

     거북선을 만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순신'은 위 기술(description)을 줄여서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의 문제점은 어떤 인물에 대한 일정 수의 기술이 실제로는 의도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가리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의 '이순신'에 대한 세 가지 기술이 우연히 이순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 또한, 언어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사람이 위의 사실 중 어떤 것을 모르더라도 '이순신'이라는 이름으로 이순신을 가리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순신이 문무를 겸비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단지 그가 거북선을 만든 임진왜란 때의 장군이라는 사실만을 아는 사람도 이순신을 '이순신'으로 지칭할 수 있다.

  기술 이론의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내세운 것이 크립키(S. Kripke), 도넬런(K. Donnellan) 등의 인과 이론(causal theory)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름은 어떤 시점에 세상의 사물과 연결되어 그 연결이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계승된다. 그리고 이름과 사물을 연결시키는 일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한다. 예를 들어, 이름 '이순신'과 사람 이순신을 연결시킨 것은 그의 부모가 이순신이 태어날 당시에 행한 일이고, 당시의 다른 사람들과 후세 사람들은 그 연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이론은 일반적인 고유명사뿐 아니라 물질명과 같은 종(kind)의 이름과 그 의미 즉 지시체의 관계에 대해서도 적절한 설명을 준다.

  고유명사, 즉 이름과 관련하여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름과 지시체의 연결이 아주 견고하다는 것이다. 이름을 이름이 아닌 '미스 코리아'와 같은 표현과 비교해보면, '미스 코리아'는 작년에는 어떤 사람 A를 지칭하고 그 전해에는 다른 사람 B를 지칭한다. 쉽게 예를 들어 이해해보기 위해 내가 아는 연예인들로 예시를 들어보았다. 재작년의 '미스 코리아'가 이소라였고, 작년의 '미스 코리아'는 김성령이었고, 올해의 '미스 코리아'는 이하늬이라고 생각해봤을 때, '미스 코리아'는 재작년, 작년, 그리고 올해에 지칭하는 사람들이 각각 다른 것이다. 내가 잘 아는 연예인들로 예시를 들어보니 더 잘 이해가 되는 듯 하다. 그러나 사람의 이름 '최민식'은 올해나 10년 전이나 같은 사람을 지칭한다. 현실세계에서 시간이 다르더라도 이름은 언제나 같은 개체를 지칭한다. 나아가 우리가 상상하는 가능세계(possible world) 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올해의 미스 코리아가 대학생이라고 한다면, '미스 코리아는 대학생이다'라는 문장은 참이다. '미스 코리아가 재수생일 수도 있었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현실 세계에서 '미스 코리아'는 대학생 C를 가리키지만 심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 하나의 가능 세계에서 '미스 코리아'는 재수생 D를 가리키는 것이다. 혹은 좀 더 명확하게 '올해 미스 코리아가 다른 사람이었을 수 있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즉 '미스 코리아'는 현실 세계를 포함한 여러 가능세계에서 다른 개체를 가리킬 수 있다.

  그러나 고유명사인 이름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동일한 개체를 가리킨다. '최민식은 가수가 될 수도 있었다'라는 문장은 참이다. 즉 현실 세계에서 최민식은 <올드 보이>, <취화선>, <쉬리>에 등장한 영화배우이지만 어떤 가능세계에서 최민식은 배우가 아니라 가수이다. 이때 '최민식'은 그 가능세계에서도 여전히 동일한 인물인 현실세계에서의 최민식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