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35
******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스타일로 정리함)******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제7장 언어의 의미,의미론과 화용론
2. 문법 모형 속의 의미론
조합성의 원리
모든 올바른 언어 표현은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언어 표현의 의미를 기술하는 의미론은 언어 구조를 총체적으로 기술하는 문법 모형 속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문법 속에서 언어 표현의 의미 기술은 적어도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기본 원리라는 것은, 어떤 구, 절, 혹은 문장의 의미를 기술할 때 우리는 그것의 의미가 그것을 구성하는 단어들의 의미가 결합한 것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생각을 좀 더 형식화하여 표현한 것이 조합성(compositionality)의 원리이다.
조합성의 원리란, 언어 표현 전체의 의미는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의미와 부분들의 결합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한 문장의 의미는 그것을 구성하는 단어들의 의미와 그 단어들의 결합 방식 즉 통사적 구조에 의존한다. 따라서 다음의 (ㄱ)과 (ㄴ)은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의미이며, (ㄱ)과 (ㄷ)은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은 같지만 통사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의미이다.
--> (ㄱ) John likes Bill.
(ㄴ) John hates Bill.
(ㄷ) Bill likes John.
언어에는 무한한 수의 문장이 있음을 상기할 때, 그 무한한 문장에 대응하는 무한한 의미를 기억에 의존할 수 없는 이상, 문장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조합성의 원리에 의한 의미의 계산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문장 의미의 기술은 단어 의미의 기술과 통사 구조에 따른 의미 합성의 두 가지 문제로 귀결된다.
의미와 사전적 정의
단어의 의미의 문제에 있어, 그 의미를 사전의 정의(뜻풀이, definition)와 동일시하는 소박한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얼굴'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국어사전에 있는 '눈,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이라는 정의 자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의미와 사전적 정의를 동일시하는 관점은 적어도 다음 두 가지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모든 언어 사전의 정의는 순환적이다. 즉, 어떤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정의에 나온 단어들의 의미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 단어들의 정의를 찾아가고, 다시 그 정의에 나오는 단어들의 정의를 찾아가다 보면, 결국에는 원래 모르는 단어가 다른 단어의 정의 속에 나타난다. 앞의 '얼굴'의 정의 중에 '머리'라는 단어가 나온다. 따라서 '얼굴'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다시 '머리'의 정의를 찾아가야 한다. '머리'의 정의는 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으로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을 포함하며 머리털리 있는 부분을 이르는 명사이다. 이렇게 '머리'의 정의 속에 '얼굴'이 나타난다. 즉, '얼굴'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머리'의 의미를 알아야 하는데, '머리'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다시 '얼굴'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결국 '얼굴'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얼굴'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나도 실제로 어떤 단어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다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주 어릴 때 국어 공부를 하다가, '관조적'이라는 뜻이라든가, '세속적' 이라는 뜻을 사전으로 찾으려고 하는데 '세속적'이라는 뜻이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을 따르는'이라고 사전에 나왔었고, 나는 매우 어렸기 때문에 '풍속'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몰라서 곤란했던 적이 있다. 다시 또 '풍속'이라는 뜻을 찾다보면 모르는 말이 나오고, 사전 찾기가 끝없이 이어졌었다. 물론 지금은 잘 알지만, 이 부분을 언어학을 공부하면서 다시 보니 어릴 때 그랬던 기억이 떠오른다. 모든 언어 사전의 정의가 순환적이라는 데에 매우 수긍이 간다.
의미를 정의와 동일시하는 것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러한 방법이 맥락(context)이 의미 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야외코트에서 테니스를 치려고 계획을 세운 휴일 아침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 상황에서 "날씨 정말 좋군!" 이라고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사전적 정의만을 가지고 볼 때 이 문장은 상황과 맞지 않지만, 문제의 상황에서 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첫째로, 어떤 언어의 단어의 의미를 그 언어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메타언어(metalanguage)를 도입하여 기술한다. 메타언어는 자연언어일 수도 있지만, 의미론에서 메타언어로 기호논리를 도입할 수도 있다. 후자의 방식을 형식의미론(formal semantics)에서 채택한다. 둘째로, 관습적인 축자적(literal)의미 즉 글자 그대로의 의미와, 언어의 사용과 상황에 따른 맥락적 의미를 구별한다.
의미론과 화용론
문장의 의미를 다루는데 있어서 발화(utterance), 문장(sentence), 명제(proposition)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발화는 실제 입으로 말해진 말의 일부이다. 혹은 손으로 쓴 글일 수도 있다. 문장은 추상적인 문법상의 요소로서 해당 언어의 문법 체계에 맞는 단어의 연속체이다. 대강 말하자면, 문장은(하나의 완결된 생각을 말하는) 발화에서 음성을 (혹은 문자를) 제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명제는 세상의 상황에 대한 기술로서 참과 거짓이 결정되는 층위이다.
--> EXAMPLE
A: 그 아이가 머리가 좋다.
B: 그 아이가 머리가 좋다.
A와 B가 말하는 상황에서 두 문장은 두 개의 다른 발화이며 같은 문장이다. 그리고 두 발화의 '그 아이가'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면 같은 명제, 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면 두 개의 다른 명제이다. 의미론은 문장과 명제를 연결하고 명제가 진리치를 가지는 조건을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의미론과 화용론의 구별을 모리스(C. Morris)는 기호, 기호가 가리키는 사물, 기호를 사용하는 사람의 상호 관계를 고려하여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을 정의하였다.
통사론-기호들 사이의 형식적 관계
의미론- 기호와 대상 사물 사이의 관계
화용론- 기호와 그것의 사용자와의 관계
이러한 정의는 현대 언어 이론의 관점에서도 어느 정도 유효하나, 오늘날 화용론은 기호의 사용자를 포함한 기호의 사용 맥락 전체를 고려한다.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의 적절한 대화의 방법이 어떤 것인가에 관한 성찰을 포함한다.
기본적인 방향에서 오늘날의 언어 이론에서의 의미론과 화용론은, 적어도 대체적으로는, 모리스 같은 기호학자들이 제시한 모형과 관련된 면이 있지만, 세밀하게 들어가면 행동주의자였던 모리스의 이론과 현대의 의미 이론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현대의 의미 이론은 모리스가 말한 의미론, 즉 언어 표현의 의미를 그것이 지시하는 세상의 사물로 파악하는 입장과, 언어 표현의 의미를 심상적 표상으로 파악하는 입장으로 대별된다. 전자를 지시적(referential)관점, 후자를 표상적(representational)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시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세상을 기술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거은 바로 언어 표현이 세상의 사물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이때 언어 표현이 사물을 지시(refer)라고 말한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철학적, 논리적 관점이다. 반면에, 표상적 관점에서는 언어 사용자마다 세사으이 상황을 다르게 파악하고 표상할 수 있으며, 언어는 심적 표상과 연관되어 있어 세상과는 간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심리학적인 관점이다.
'공부 > 언어학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어학개론>제7장: 언어의 의미,의미론과 화용론-4. 심적 표상 (0) | 2020.04.17 |
---|---|
<언어학개론>제7장: 언어의 의미,의미론과 화용론-3. 지시 (0) | 2020.04.17 |
<언어학개론>제7장: 언어의 의미,의미론과 화용론-1. 의미적 직관과 '의미'의 의미 (0) | 2020.04.17 |
<언어학개론>제6장: 언어의 문장 구조, 통사론-1.문장의 구조 (0) | 2020.04.17 |
<언어학개론>제5장: 언어의 단어 구조, 형태론-2.파생과 굴절 (0) | 2020.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