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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언어학개론

<언어학개론>제5장: 언어의 단어 구조, 형태론-2.파생과 굴절

by springwintercoming 202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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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개론>제5장: 언어의 단어 구조, 형태론-1. 형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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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스타일로 정리함)******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제5장: 언어의 단어 구조, 형태론

 

2.파생과 굴절

 

  '사랑스럽다'의 '-스럽-'과 같이 어근의 뒤에 붙는 접사를 접미사(suffix), '치솟다, 치받다'의 '치-'와 같이 어근의 앞에 붙는 접사를 접두사(prefix)라고 한다. 언어에 따라서는 어근의 중간을 파고드는 접요사(infix)가 있으나 국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어에도 접요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접사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파생접사와 굴절접사가 그것들이다. 파생(derivation)은 하나의 단어나 어근에 기반을 두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굴절(inflection)은 어떤 단어가 문장 내에서 사용될 때 적절한 형식을 취하는 과정이다.

  우리말의 '장난꾼, 운동가, 양복장이'는 '장난', '운동', '양복'이라는 명사 어근에 '-꾼', '-가', '-장이'의 접미사가 붙어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 혹은 그것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된 것이다. '걱정스럽다, 남자답다, 향기롭다'의 '-스럽-', '-답-', '-롭-' 접미사들은 명사 어근에 붙어서 형용사를 만들어 낸다. 파생접사에는 접미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치솟다. 치받다'의 '치-', '들볶다, 들쑤시다'의 '들-'은 동사 어근 앞에 붙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접두사이다.

  다양한 파생접사는 한정된 자원으로 수많은 의미를 어휘적으로 개념화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새로운 개념의 단어를 모두 새로운 형식으로 만든다면 언어 사용자의 기억의 부담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관련되는 의미들을 접사를 통해 연결시킴으로써 이미 아는 단어에 기반을 두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파생과 대립되는 형태적 과정이 굴절이다. 굴절은 어떤 단어가 실제 문장에서 쓰일 대의 적절한 형식으로서의 변화이다. 하나의 문장은 시제(현재,과거)와 상(진행,완료), 양상(추정, 필연), 서법(평서,의문,명령)등 문법적 범주를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것들은 대개 동사의 형식에 반영된다. 우리말의 '잡으시었겠습니까'라는 어형은 여러 형태소로 이루어진 형식이다.

 

잡-으시-었-겠-습니까

 

  여기서 '잡-'은 어근이며 나머지 형태소들은 문장 속의 문법적 의미들을 나타내는 굴절접사들이다. 주체(주어)존대의 '-으시-', 과거 시제의 '-었-', 추정의 '-겠-', 상대(청자)존대 의문의 '-습니까'가 차례로 결합하였다. 굴절형태소가 없이 어근 '잡-'만이 문장에 사용될 수는 없다. 그리고 문장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문법적 의미에 맞는 굴절형태소가 어근과 결합하여야만 적절한 형식이 되어 문장 속에 쓰일 수 있다. 동사나 형용사의 굴절에 대하여 말할 때 어근을 어간(stem), 접미사를 어미(ending)라고도 부른다.

  파생이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는 과정이고, 굴절이 단어의 문장 내에서의 쓰임에 따른 형식의 변화라는 개념적 차이에 기반을 두고 그것들의 차이를 정리해보면, 일단 첫째로 파생과 달리 굴절은 새로운 단어가 생기는 과정이 아니므로 품사가 변할 수 없다. 현재형이나 과거형이거나 간에 모두 동사이다. 반면에 새로운 단어가 생기는 파생의 결과는 다른 품사의 단어인 경우가 많다. '걱정'은 명사이고 '걱정스럽다'는 형용사이다. 'modern'은 형용사이고 'modernize'는 동사이다 그러나 파생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단어의 품사가 반드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명사 '양복'으로부터 명사 '양복장이'가 파생되고, 형용사 'happy'의 파생형 'unhappy'도 형용사이다.

  둘째로, 파생과 굴절은 생산성(productivity)에 차이가 있다. 굴절은 단어가 문장에서 쓰일 때의 형식의 변화이므로 거의 모든 단어에 적용된다. 우리말의 과거형 '-었-'('-았-', '-ㅆ-')은 거의 모든 동사와 형용사에 붙을 수 있다. 단, '동생을 데리고 왔다'의 '데리다'와 같은 불구동사는 특정한 형식으로만 쓰이므로 '-었-'이 붙을 수 없다. 굴절접사가 매우 생산적인데 반하여 파생접사는 상대적으로 비생산적이고 파생접사들 사이의 생산성도 큰 차이가 난다. '-스럽-'이 명사에 붙어 형용사를 만든다고 하지만 모든 명사에 붙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럽-'은 비슷한 성격의 파생접사 '-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생산적이다.

  셋째로, 어근에 접사가 붙는 순서를 보면 굴절접사보다 파생접사가 먼저 어근과 결합하여야 한다. 그것은 파생을 통하여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진 후 이 새로운 단어가 문장에 쓰일 때의 형식이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숙어

 

  숙어(idiom)는 형식적으로 여러 개의 단어가 결합하여 통사적 구를 이루지만, 일반적인 통사적 구성과 달리 전체 의미를 단어들의 의미들로부터 예측할 수 없는 표현이다. 즉, 조합성(compositionality)의 원리를 준수하지 않는다. 조합성의 원리란, 전체(표현)의 의미는 부분들의 의미와, 부분들이 결합하는 방식이다. 즉, 문법 구조에 의존한다. 조합성의 원리로 인하여 언어의 무수한 문장들의 의미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 유한한 수의 단어들의 의미와 유한한 수의 구조의 종류를 이해함으로써 무한한 수의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조합성의 원리가 없다면 우리는 모든 문장의 의미를 일일이 알고 있어야 하는데 무한한 수의 문장에 대응하는 무한한 수의 의미를 기억할 수는 없다. 숙어는 조합성의 원리를 위반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그 전체 의미를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어야만 한다. 속담도 일종의 숙어라고 볼 수 있다.

 

EXAMPLE

 

미역국을 먹다

발이 넓다

손이 크다

비행기를 태우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속담)

 

  이 표현들은 형식적으로 모두가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이므로 문자 그대로의 일차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이 표현들은 숙어로서 그 구성 단어들의 뜻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진다. 떡국을 먹고 시험을 친 후 떨어졌어도 '미역국을 먹었다'라고 할 수 있고, 발이 작은 사람도 사교의 범위가 넓으면 '발이 넓다'라고 할 수 있으며, 작고 귀여운 손을 가진 소녀가 자기가 가진 물건을 넉넉하게 나누어주는 후한 마음씨를 가졌을 때에 그녀는 '손이 큰' 아이이다. 손이 크다라는 표현을 보면 생각나는 친구 한 명이 있는데, 그 친구는 정말 '손이 크다'. 실제로 손의 크기도 큰데, 숙어로서의 의미로도 '손이 크다'. 항상 만날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들을 챙겨와서 나눠주고 옷같은 것도 나눠주기도 한다. 그리고 음식도 잘하는데 음식을 한 번 할 때 정말 많이 해서 항상 그 친구를 보면 '손이 큰'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다. '손이 크다'라는 숙어를 보니 그 친구가 생각이 나서 이 부분을 재미있게 공부했다.

  대개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들이 숙어 표현 속에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고빈도 단어들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수많은 숙어 표현을 암기해야만 한다. 보통 상위 1000단어가 언어 사용의 75%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는데, 1000단어를 알면 75%의 말을 이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고빈도 단어일수록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고 많은 숙어적 표현의 일부이기 때문에 고빈도 단어 한 개를 제대로 안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숙어는 의미적인 면에서 비조합성의 특징이 있는 동시에, 형식적인 면에서는 여러 가지의 통사적 제약이 있다. 숙어는 많은 경우에 그 내부 요소를 수식할 수 없고, 있는 그대로의 형식으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