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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스타일로 정리함)******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제11장.언어와 사회:사회언어학
1. 지역방언과 사회방언
언어 변이와 지역방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 살지 못하고 반드시 무리를 지어서 산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언어는 바로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나이, 신분, 직업 등 다양한 환경에 처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언어 사용이 똑같을 수 없다. 물론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서로 뜻이 통하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그들의 언어는 같다. 단지 같은 언어라도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언어 변이의 다른 이름은 방언(dialect)이다. 그리고 이 용어는 앞의 예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언어 변이에 대하여 쓰이기도 하지만, 주로 지역적 차이에 따른 언어의 변이를 일컫는데 쓰인다. 어느 나라든지, 아주 조그만 도시국가가 아니라면, 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언어의 차이 즉 방언이 존재한다. 우리말의 경우에도 남한만을 고려한다고 해도 적어도 서울/경기방언, 충청방언, 호남방언, 영남방언, 제주방언, 강원방언들이 있다. 영남방언이 부산/경남방언과 경북방언, 혹은 낙동강 동쪽의 방언과 서쪽의 방언 등으로 구분되듯이, 방언은 그 언어적 특징에 따라 더욱 세분될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 방언이 다르면 다른 지역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한 언어의 방언들을 사용하는 이상,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한 언어의 방언들을 사용하는 이상,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이해가 불완전할 수 있다. 더욱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기와 동질적인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경계하게 되는데, 이런 의미에서 말의 차이가 사람들 사이의 벽을 만들기 쉽다. 따라서 한 나라에서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말의 형식이 필요한데, 그 필요를 표준어를 지정함으로써 해결한다. 우리말의 경우 서울말이 표준어의 근간이 된다.
한 나라에 표준어가 있고 동시에 다양한 방언이 존재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영국도 소위 RP(received pronunciation)라고 부르는 표준 발음을 포함하는 표준 영어가 있다. 이것을 부르는 오늘날의 이름은 'the Queen's English'이다. 엘리자베스 여왕 사후 찰스 황태자가 왕이 된다면 그때는 'the King's English'라고 부를 것이다. 표준 영어는 잉글랜드 남부의 교양인이 사용하는 영어이다. 영국을 여행하노라면, 표준 영어와 다른 방언의 영어 발음으로 인하여 당황할 수 있다.
표준어는 특별히 훌륭한 언어가 아니다. 언어적으로 동등한 자격을 가진 여러 방언들 중에서 정치, 경제, 문화적 요인에 의하여 선택된 어떤 하나의 방언일 뿐이다. 그래도 표준어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공적인 자리에서 표준어를 사용해야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 표준어가 아닌 방언들을 '사투리'라는 말로도 부르는데, 표준어보다 못한 언어라는 뉘앙스(말맛)를 주는 단어이다.
지역방언이라고 하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대학 같은 과 동기 친구였는데, 경상도 지역에서 온 친구였다. 그 친구는 스스로 지역방언, 사투리를 쓰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했지만 나를 포함한 지역방언을 쓰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친구가 말 한 마디 하자마자 경상도 지역에서 온 친구라는 것을 알았다. 말투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귀여웠는데, 그 친구와 가깝게 지내다보니 나 또한 그 친구의 말투를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게 되었다. 하도 옆에서 그 친구가 하는 말을 듣고 대화를 자주 하다보니 어느샌가 따라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는 추억이다.
그리고 나는 중국 드라마를 최근에 자주 보게 되었는데, 중국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후시녹음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특별히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인데, 가끔가다 더빙된 외국 영화를 보면 후시녹음을 들을 수 있다. 외국영화에 우리나라 성우들의 목소리를 입혀 자막이 따로 필요없는 더빙이 후시녹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중국은 이러한 더빙이 굉장히 흔하다.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가 동시녹음이고, 배우들이 목소리가 바로 나오는 반면에, 중국은 영상만 촬영을 하고 그 후에 전문 성우가 목소리를 후시녹음을 한다. 그래서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따로 놀고 매치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후시녹음을 하는 이유는 중국에는 방언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배우들 또한 다양한 지역 출신들이고 방언으로 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방언으로 대사를 할 경우에 통일성이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준어로 말해야 하는데, 이러한 표준어 구사를 전문 성우가 대신 해주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표준어와 지역방언이 있고, 그에 따라 문화적으로도 차이가 생기는 것이 참 흥미롭다.
사회방언과 은어
언어 변이는 화자의 사회적 신분에 따라서도 나타난다. 이것을 사회방언이라고 부른다. 사회방언은 언어 사용자의 연령, 성, 신분과 계층, 직업에 따른 언어의 차이이다.
사회방언에 대한 고전적 연구로 1960년대에 라보브(Labov)가 미국 영어에서 모음 뒤의 'r'탈락 현상을 조사한 것이 있다. 예를 들어 car, heart의 r은 영국의 표준 영어에서는 발음되지 않지만, 미국의 공적인 영어에서는 그것이 유지된다. 과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영어를 열심히 따라하느라고, 단어 학습서로 유명했던 <Word Power>를 월드 파워라고 발음하여 World Power와 구별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사람들 중에는 'r'을 탈락시켜 발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라보브는 이러한 'r' 탈락이 계층에 따른 사회방언의 차이를 반영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즉, 계층에 따라 'r' 탈락률에 차이가 나는가 하는 것이 연구의 초점이다.
사회방언은 어휘의 차이를 수반할 수 있다. 법률가들 사이에는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수많은 법률 용어가 일상어처럼 사용되며, 목수들 사이에는 문이나 장롱의 부품의 이름이 많이 언급될 것이다. 자동차 정비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머플러'보다는 '마후라'가 더 많이 쓰인다. 이러한 어휘의 차이의 극단이 은어(jargon)이다. 이것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기네 구성원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각 직업 집단의 특수한 말들이 아니더라도,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 등 연령에 따른 학생 집단에서 자기들끼리만 사용하고 알아듣는 은어가 있다. 통신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사이버 은어들은 축약을 이용하여 만든 말들로서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다. -->셤(시험), 잼업(재미없다),설녀(서울 여자), 토욜(토요일), 글쵸(그렇지요), 잠수하다(말을 하지 않다), 멜(e메일), 즐팅(즐거운 채팅), 겜(게임), 번개(통신하다가 실제로 만남), 당근이다(당연하다), 알써(알았어)
근래 인터넷 통신상의 은어들은 점차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인상이다. 10대들이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사용하는 은어는 숫자와 문자의 조합까지 포함하는데, 어떤 것들은 그들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형식이다. --->야리다(째려보다), 정줄놓(정신줄을 놓았구나),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흠좀무(흠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듣보잡(듣도보도 못한 잡것),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열폭(열등감 폭발), OTL(좌절:무릎 꿇은 모양), 지대(제대로, 매우), 안습(안구에 습기:눈물), 간지(느낌이 오다:일본어에서 유래),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뽀린다(훔친다), 크리(치명적인 상처:critical)
문제는 이러한 은어들이 청소년의 일상 언어생활에서도 나타나 정상적인 언어 사용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을 쓸 때 같이 표준적인 말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 이러한 말들을 사용하면 큰 문제이다. 청소년들의 은어는 나름대로의 또래 의식을 주고, 말의 재미를 준다는 면에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긍정적인 기능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청소년기의 은어는 취업이나 공적인 생활을 하는 단계에서는 자연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은어가 지나치게 비속화하거나, 일상에서의 정상적 언어 발달을 방해하지 않도록 경계는 해야할 것이다.
야리다, 듣보잡, 넘사벽, 간지, 갑툭튀와 같은 말들은 나도 어릴때 많이 듣기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썼던 적이 있는 말들이다. 듣보잡은 처음보는 물건이나 처음 보는 연예인들을 말할때 썼던 말인데, 사실 긍정적인 의미는 거의 없고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넘사벽은 보통 다른 것들보다 훨씬 훌륭하다 혹은 최고다 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굉장히 많이 쓰는 단어인 것 같다.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나 배우를 보고 "저 사람은 진짜 넘사벽이다" 라고 하곤 한다. 갑툭튀는 예능 자막에서도 많이 쓰이는 표현이고, 간지는 일본어로 느낌이라는 의미이고 은어로는 '간지나다'라는 말로 쓰이며 '느낌있다, 멋있다' 라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어른들은 잘 쓰지않고 학생들이 잘 쓰는 말인데, 의미 자체로서는 부정적 의미는 없지만 일본어라는 이유때문에 약간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는 단어인 것 같다. 사실 이런 단어들은 공적인 자리나 어른을 대할 때는 쓸 일이 없고 정말 친한 또래 친구들끼리 대화할 때 쓰는 단어들이다.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는게 은어를 쓰는 가장 큰 이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분별해서 쓸 줄 알기 때문에 은어의 사용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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