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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2. 고대 그리스 시대의 언어관과 자의성 문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언어 연구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의 이유에서 실행되었다. 그 하나는 지적 호기심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적 목적이다. 인간은 인간 자신과 주변의 사물에 대해 알고, 세계 속의 인간의 위치와 권력을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가게끔 만들어진 존재다. 언어가 인간의 정신활동과 생활에 매우 중요한 이상,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 본질을 규명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에 당시의 실용적 목적이란 모국어와 외국어 습득의 필요를 말한다. 고대로부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중요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외국어의 교육과 습득이 필요하였다. 한 언어를 정확히 기술하는 일은 언어 교육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고대 그리스의 언어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의 목적이 필요의 목적보다 선행하였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를 거치는 동안 그리스인들은 언어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생각하였고 그들은 언어에 대한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사유하였다. 첫째, 언어는 어느 정도로 자연적인가 그리고 어느 정도로 관습적인가(또는 필연적인가/자의적인가)? 둘째, 언어는 얼마나 구조적이고 규칙 지배적인가 그리고 얼마나 비규칙적인가(또는 유추적인가/변칙적인가)? 실제로 언어에는 자연적인 부분과 관습적인 부분이 모두 있으며, 또한 규칙적인 부분과 비규칙적인 부분이 있다. 즉, 고대 그리스인들의 언어학에 대한 초점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언어는 자연적인가, 관습적인가이고, 두번째는 구조적이고 규칙지배적인가, 얼마나 비규칙적인가 하는 것이었다.
후자에 대해 먼저 언급하자면, 영어의 과거형은 'walked, stayed'와 같은 규칙적인 형식이 있는가 하면 'went, caught'와 같은 비규칙적인 형식이 있다. 어느 한 쪽에 강조점을 두느냐가 문제인데, 오늘날의 언어학적 관점에서 보면 규칙성이 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언어의 소리와 의미와의 관계에 관한 자연성과 관습성의 문제는, 고대 그리스 학자의 논의가 어떠했는가에 관계없이,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관습성에무게가 실린다. 소리와 의미와의 관계가 자연적, 즉 필연적이라면 다음의 두 가지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첫째, 세계에는 수많은 언어가 있고, 같은 혹은 비슷한 사물을 부르는 이름은 언어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 '개'라고 부르는 동물은 다음과 같이 각 언어에서 완전히 다른 소리로 불린다.
영어 dog[도그]
프랑스어 chien[시엥]
독일어 Hund[훈트]
스페인어 perro[빼로]
이탈리아어 cane[까네]
우리나라에서 '개'라고 부르는 동물을 영국에 가져간다면 영국인들은 그것을 틀림없이 'dog'이라고 부를 것이다. 다시 말하여 사물 즉 의미와 그것과 연관된 소리는 정해져 있지 않고, 따라서 의미와 소리의 관계는 자의적(arbitrary)이다. 또한, 책상을 부르는 말이 나라마다 다른 것도 자의적인 것이다.
소리와 의미의 관계가 관습적, 즉 자의적이라는 두번째 증거는 한 언어의 시간에 따른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의 '뿌리'가 500년 전에 '불휘'라고 해서 옛날 나무들의 뿌리의 모양과 오늘날 나무들의 뿌리 모양이 달랐으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꽃'이 옛날의 '곶'보다도 더 색깔이 화려하다거나 아름답다고 할 수도 없다. 소리와 의미의 관계가 필연적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사물(의미)을 일컫는 소리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의미와 소리의 관계는 자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의 자의성(관습성)에 관한 한 가지 예외라면 의성어를 꼽을 수 있다. 의성어는 실제 사물의 소리를 모방한 말이므로 세상의 소리와 언어(의성어)는 비슷하다. 예를 들어, 개의 울음소리를 '졸졸', 비가 내리는 소리를 '야옹', 북소리를 '소복소복'이라고 표현한다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실제 소리와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성어의 경우 언어의 자연성, 즉 필연성을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면 의성어도 언어의 자의성에 대한 반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우선 한 언어의 전체 어휘에서 의성어들이 차지하는 부분이 극히 작기 때문이다. 나아가 의성어조차도 자연의 소리 그대로가 아니라 한 언어의 소리의 체계에 맞게끔, 즉 어느 정도 관습적으로 언어에 들어온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의 소리 그대로가 아닌 언어 소리의 체계에 맞게 수정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동일한 동물의 울음소리도 언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개의 울음소리는 우리말에서 '멍멍'이지만 영어에서는 'bowbow'[바우바우]이고, 스페인언에서는 'guau guau'[구아우 구아우]이다. 프랑스 개들이 다른 나라 개들에 비하여 얼마나 더 우아한지 모르지만 프랑스어에서의 개 울음소리는 'ouah ouah[우아 우아]이다. 각 언어에서 의성어로서의 개의 울음소리들은 서로 다르다면 상당히 다른 소리들이다. 결국, 의성어가 어느 정도 언어의 자연성 혹은 필연성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 편으로는 언어의 필연성보다 오히려 언어의 자의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리해보자면, 의성어가 어느 정도의 언어의 필연성을 보여주는 면이 있지만, 실제 소리와 일치하지 않는 면에서는 언어의 자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음성상징(sound symbolism)도 언어의 의미와 소리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자주 언급된다. 특정한 소리가 특정한 의미 특성을 보이는 현상을 음성상징이라고 하는데, 그 예로 영어의 'gl' 소리가 빛 혹은 시각과 관련된다는 주장이 있다. 'glitter'(반짝이다), 'glisten'(반짝이다), 'glory'(영광, 화려함) 등의 단어가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 영어 단어로 'glucose'(글루코스), 'global'(지구의)과 같이 빞이나 시각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있음을 볼 때, 'gl' 소리와 관련된 단어들이 언어의 자의성에 대한 결정적 반례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음성상징은 좀 더 포괄적으로 접근한다면, 언어의 일부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일 수 있다.
언어의 필연성과 자의성의 문제 등 언어에 관한 사변적인 접근을 한 것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었다. 기원전 400년경의 플라톤이 '크라틸루스'(Cratylus)라는 책에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중 언어 문제를 언급하였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과 문헌비평의 영역 내에서 언어의 문제를 다루었는데, 문장의 기본 구조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아) 명사구와 동사구의 두 부분 그리고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아 접속사, 관사, 대명사를 포함하는 제3의 부문으로 나누어 보았고, 이것이 단어 부류(품사) 구분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기원전 300년경의 스토아학파(Stoics)의 철학자들이 철학 내에서 독립된 분야로서의 언어학을 인지하였고 언어에 관한 일반 이론을 전개하였다고 전해지나 단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문헌이 남아있지 않아 그들의 이론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포괄적으로 보아 스토아학파는 앞에서 언급한 언어의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언어가 필연적으로 변칙적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스토아학파에 앞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언어를 자의적이며 규칙적(유추적)인 것으로 본 것과 대조적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언어를 실용적인 관점에서 연구한 것은 알렉산드리아학파였다. 그들에게는 그리스 밖의 사람들에게 그리스의 고전을 가르치는 것이 제일의 관심사였다. 그들은 고전 그리스 시대의 작가들이 사용하였던 표준적인 문법과 문체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알렉산드리아학파의 학자들 중 유명한 디오니시우스 트락스(Dionysius Thrax)가 있다. 그는 기원전 100년경 처음으로 그릐스어의 음운론과 형태론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는 문법이란 " 시인과 산문 작가들의 언어 사용을 경험적으로 연구하는 것" 이라고 정의하면서 "문법의 가장 소중한 목적은 문학 작품을 비판적으로 살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디오니시우스 트락스의 문법서 '테크네 그라마티케'는 십여 세기 동안 그리스어의 표준적인 문법 저작으로 남아있었다(이 책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법서이다). 어떤 학자는 영어 문법의 거의 모든 교과서가 그 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렇듯 그리스의 알렉산드리아학파는 그리스 고전의 교육이라는 실용적 목적을 위해 언어를 연구하였다. 또한 그들이 사용했던 언어 연구 방법은 철저한 경험적 방법이었다. 즉, 실제 작품 속의 언어를 연구의 자료로 사용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앞서 언급한 스토아학파의 언어 연구 방법은 심성적, 이성적 경향을 가졌다. 전반적으로 그리스 시대의 언어 연구는 알렉산드리아학파의 실용성을 중시한 관점이 주류를 이루었다.
고대 그리스인의 언어 연구의 최대의 업적은 중세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는 전통문법의 기초를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문법'(grammar)의 그리스어는 'grammatike'인데, 이것은 문자를 가리키는 'grammata'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문법은 문자로 글을 잘 쓰는 기술로부터 시작하였던 것이다.
고대 로마 시대의 언어 연구는 그리스어에 적용된 음운, 문법 범주와 품사들을 사용하여 라틴어의 음운론과 문법론을 제시하는 것을 제일의 목표로 삼았다. 당시 대부분의 라틴어 문법은 그리스어 문법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고, 모든 문법 교육은 교양 교육의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적, 실용적 목적을 가졌다.
위의 내용을 쉽고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플라톤의 기원정 400년경 클라틸루스(Cyratylus)이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품사 구분의 시초가 되었다. 언어를 자의적이고 규칙적, 유추적인 것으로 봤다. 자의적이라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단어를 붙인다는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스토아학파가 언어가 필연적이고 변칙적임을 강조했다. 심성적, 이성적 경향을 가진 연구방법이다. 알렉산드리아학파는 디오니시우스 트락스(Dionysius Thrax)가 기원전 100년경에 그리스의 음운론과 형태론을 연구했다. 테크네 그라마티케는 가장 오래된 문법서이고 경험적 방법, 즉 실제 작품 속의 언어를 연구의 자료로 사용했다. 전통 그리스인의 언어연구는 전통 문법의 기초를 제공했다.
******위의 포스팅의 내용 중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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