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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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스타일로 정리함)******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제2장: 언어의 본질
1. 언어 그리고 언어의 기능
인간의 언어에 대해 우리는 몇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언어는 얼마나 복잡한 시스템이기에 외국어를 배우기가 그렇게 힘들까?
아이들은 어떻게 복잡한 언어 시스템을 쉽게 습득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언어들에 공통적인 특성은 무엇인가? 촘스키의 보편문법
언어는 우리의 정신 작용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
언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하는데 유용한 도구일까?
이러한 질문들은 결국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로 귀결된다. 언어가 무엇인가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힘들다. 오랜시간 언어를 연구해온 언어학자들에게도 언어란 어떠어떠한 측면이 있는 대상으로 파악되는 것이지, '언어란 ~~이다' 라고 단정적인 한마디의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특성들은 존재한다.
언어의 보편적 특성을 논의하기 전에, 우선 우리가 말하는 언어가 매체와 독립적인 것이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추상적인 언어는 음성 혹은 문자로 구체화된다. 음성으로 구체화되는 구어와 문자로 구체화되는 문어는 기본적으로 음성 또는 문자 매체를 통해 나타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언어의 기능
인간의 언어는 현실 생활에서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우리는 언어로써 외부 세계를 기술할 수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개인적으로 습득한 체험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무척 고단한 삶이 될 것이다. 우리가 빨간 신호등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차에 치어봐야 깨닫는다면 사람의 평균 수명이 무척 단축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인류의 문명이란 존재할 수 없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원리를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그 사람은 다시 새로운 것을 보태어 전달함으로써 학문이 성립하고, 컴퓨터 같은 발명품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프랑스 남부 마을 콩브레의 물과 풀과 바람, 그리고 교회의 첨탑에 대하여 푸르스트 문자(소설)로 알려주었기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나는 행복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언어는 외부 세계를 기술하는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로써 명령을 내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고, 친구와 친교를 유지할 수 있다. 즉, 언어에는 기술적(전달적) 기능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 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러 기능이 있다. 언어의 기능들에 관한 유명한 분류가 일찍이 야콥슨(Jakonson)이 제시한 언어의 여섯 가지 기능이다. 그것들은 지시적 기능, 감정적(표현적)기능, 환기적 기능, 메타언어적 기능, 교감적 기능, 시적 기능이다.
지시적 기능은 앞에서 기수적 기능이라고 부른 것과 같은 것이며 나머지 다섯 개의 기능은 비기술적 기능이다. 감정적 기능은 화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느낌과 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파우스트가 순간을 향해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칠 때 그리고 우리가 파란 하늘 아래 푸른 물일 흘러가는 모스블 보고 "아! 아름답다"라고 외칠 때 그것은 다른 누구에게 강이 아름답다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느낌은 주관적인 것이라 시꺼먼 개천에 떠내려가 는 비닐봉지를 보고도 어떤 사람은 "아름답다!"라고 외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말투에서 그 사람의 성품을 판단할 수도 있는데, 그러한 것도 감정적(표현적) 기능에 포함될 수 있다. 환기적 기능은 말을 듣는 상대방에게 떠나라고 명령한다든지, 밥을 달라고 부탁한다든지 할 떄 나타난다. 메타언어적 기능은 우리가 언어로써 세상의 사물이 아닌 언어 자체를 가리킬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 남자는 미남이 아니라 꽃미남이야"라는 말은 실제로 그 사람이 미남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그 사람을 미남이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미남보다 더한 미남, 즉 소위 '꽃미남' 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모든 꽃미남이 미남인 것이 맞지만 앞의 발화는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이 경우 부정된 것은 말 자체이며, '미남'이라는 말은 세상의 미남들 혹은 그러한 속성을 가리킨다기보다는 그 단어 자체를 가리킨다. 다른 예를 들자면, 오래 전 엘튼 존이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라고 절규하며 노래했을 때 그것은 메타언어적 진술을 한 것이다. 이것은 "I'm so sorry but I love you" 또는 "I'm sorry, so sorry"라는 노래 가사에서 "sorry"가 사용된 방식과 다르다.
교감적 기능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 교류와 관계가 말로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아침에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고 추워도 서양 사람들은 만난 사람에게 "Good morning!" 하고 말한다. 그러면 대개 상대방도 똑같은 말을 한다. 그 말을 듣고 오늘 아침은 날씨가 좋지 않으니 좋은 아침이 아니라고 대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럴 만한 사람에게는 애초에 그런 인사를 건네지 않았을 것이다. 또는 실제로 날씨가 좋을 때 "날씨가 좋네요" 혹은 비가 올 때 "비가 오네요"라고 상대방에게 말을 건넬 때, "나도 눈이 있으니까 압니다"라고 대꾸하는 사람은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언어가 단지 기술적 기능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언어학 개론 시간에 배워야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막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카페나 마트에서 점원과 이야기할 때 오늘의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던 것이 바로 교감적 기능이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 미세먼지가 많네요', '오늘은 날씨는 좋은데 약간 습하네요' 등등을 이야기하며 사람들과 인사를 하곤 하는데, 보통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상대방도 맞장구를 치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그런데 예전에 어이없는 일이 있었던 적이 있다. 내가 사람이 많이 없던 개인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그 카페 알바생에게 주문을 하고 나서 기다리고 있는데, 카페 사장이 멀뚱멀뚱 서있길래 날씨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시도했는데, 정말 '나도 눈이 있으니까 알죠'라고 대답했었다. 그때 겉으로는 괜찮은 적을 했지만, 엄청 당황스럽고 후끈후끈거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분이 그 날 안 좋은 일이 있었거나 아니면 언어의 교감적 기능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언어의 시적 기능이란, 말 그대로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 또는 어떤 형식적 특성을 언어가 이용하여 감흥을 주는 기능이다. 리듬, 운 등의 시적 기법은 수많은 시에서 사용되어왔다.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광고 문구도 상표 이름과 그 물건을 많이 사달라는 내용을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시적 기능을 최대한 이용한다. "라면이라면 ~~라면"과 같은 광고 카피를 만들기 위해 커피를 마셔가면서 코피와 땀을 흘리며 일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시적 기능은 감정적 기능과 연결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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