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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언어학개론

<언어학개론>제2장: 언어의 본질- 3. 형식과 내용(의미)의 독립성

by springwintercoming 2020. 4. 16.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26

 

<언어학개론>제2장: 언어의 본질- 2. 규칙 지배성과 창조성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25 <언어학개론>제2장: 언어의 본질- 1. 언어 그리고 언어의 기능 >>>앞에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winterlight.tistory.com/24 <언어학개론>제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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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파란색 글씨로 된 내용을 제외한 검은색 글씨로 된 텍스트는 <언어 풀어쓴 언어학개론> (강범모, 한국문화사) 에서 가져온 부분임을 밝힙니다.(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스타일로 정리함)******

 

파란색으로 된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 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 내용임

 

 

 

제2장: 언어의 본질

 3. 형식과 내용(의미)의 독립성

 

  언어의 자의성은 형식과 내용이 상호 독립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 언어의 형식인 소리와 언어의 내용인 의미는 아주 다른 것들이다. 소리는 물리적이며 구체적인 것으로 청각을 통하여 지각할 수 있는 세상의 현상이다. 반면에 의미는 정신적이며 추상적인 것으로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하여 지각할 수 있는 현상 혹은 대상이 아니다. 소리는 시간에 따라 순라적으로 실현되는 선형적 특성을 보이지만 의미는 비선형적이다.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소리와 의미라는 두 가지가 결합한 시스템이 언어이다.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측면이 독립적이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언어의 형식이 말이라는 소리로 실현될 수도 있고 글이라는 시각적 대상으로 실현될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에든 선형적 특성을 갖는다. 단어는 음성 혹은 문자의 연속체로서의 형식을 가지며 또한 뜻하는 바, 즉 의미를 갖는다. 문장은 단어의 연속체로서의 형식을 가지며 문장 전체가 뜻하는 바의 의미를 갖는다. 문장 혹은 구 표현으로서의 단어의 연속체가 형식과 의미(내용)의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이것들의 성격이 판이한 이상, 문장 혹은 구 층위에서의 형식과 의미의 독립성을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다음의 예시에서 드러나듯이 문장 단위에서의 형식과 의미는 상호 독립적이다. 어떤 언어의 하나의 올바른 문장은 그 언어의 규칙에 맞게끔 단어들이 결합한 형식이어야 한다. 그렇게 단어들이 바르게 결합한 것을 "문법적"(grammatical)문장이라고 한다.

 

문법적(grammatical)문장

-선생님이 학생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The teacher told the student that he should study hard.

--> 이 문장들은 한국어와 영어의 문법적 문장들이다.

 

비문법적(ungrammatical)문장

-*학생에게 좋겠다고 선생님이 공부를 열심히 것이 하는 말씀하셨다.

-*Teacher the told that study hard the student he should.

--> 이 문장들은 문장 속의 단어들을 다른 순서로 결합시킨 비문법적 문장들이다.

 

  한국어와 영어의 문장 형성 규칙에 맞지 않는 단어들의 배열은 형식적인 면에서 올바른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여 비문법성이란 문장의 형식적 측면에 대한 언어 사용자의 직관을 반영한다.

 

#접시가 행복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The dish told happiness that it should study hard.

 

--> 이 문장들은 형식적인 면에서는 한국어와 영어의 문장으로 손색이 없어서 문법적이지만, 의미를 생각해보면 무엇인가 이상하다. 언어학에서는 이러한 의미의 이상함을 '#'로 표시하여 비문법성을 표시하는 '*'와 구분한다. 보통 말을 하는 주체는 사람이지만 위 문장들에서는 접시라는 무생물이 주체로 문장에 나타나 있고, 공부를 하는 주체도 일반적으로 사람이지만 행복이라는 추상적 대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인가 의미적으로 이상하다.

 

#Colorless green ideas sleep furiously.

 

--> 이 문장은 형식 측면에서의 비문법성과 의미 측면에서의 비정상성의 차이, 다시 말하여 형식과 의미의 독립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촘스키가 제시한 예문이다. 우리말로 '무색의 초록색 사상이 맹렬하게 잔다'에 대응시킬 수 있는 이 영어문장은 문법의 측면에서는 완벽하다. 주어와 동사의 위치가 올바르고, 주어 명사('ideas')가 복수이기 때문에 관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동사의 형식도 올바르다. 그렇지만 의미 면에서는 이상하다. 무색이면서도 초록색이라는 것이 이상하고, 사상이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고, 잠을 맹렬하게 잔다는 것이 이상하다. 이 문장을 봤을 때 문장자체는 괜찮은데 도대체 무슨말이지를 모르겠다는 느낌을 준다. 색이 없는 초록색이라는 것부터가 이상한 것이, 초록색이라고 해놓고 무색이라니, 둘 중 하나만 해야지 초록색이라는 것인지 색이 없다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그 무색의 초록색의 사상이라는 것 또한 물음표를 달게 만들고, 그 사상이 잔다는 것도 굉장히 이상하다. 사람이나 동물이 잠을 자지, 추상적인 개념이 잠을 잔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  형식적인 면에서 완전하지만 의미적인 면에서 불합리한 이러한 문장들이 언어의 형식과 의미의 독립성을 증거한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비문법성이 문법 규칙을 어기는 단어의 결합에서 발생하는 데 반하여, 의미적 일탈성은 선택제한(selectional restriction)이라는 언어의 제약을 어기는데에서 발생한다. 선택제한이란 단어의 결합에서 문법적인 면이 아닌 의미적인 면에서의 제약을 말한다. 앞의 예에서 'green'은 시각을 통하여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을 나타내는 단어와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지만('green paper, green house') 추상적인 의미를 갖는 단어와는 결합할 수 없다. 즉,  'green ideas', 'green truth'는 의미적 선택제한을 어긴 표현들이다.

 

  #망치가 걷고 있다.

  #자유가 가볍다.

  #나는 책을 마셨다.

  #그는 진리를 때렸다.

  #그 여자는 빨리 예뻤다.

  #학생이 무척 멈추었다.

 

  '걷다'는 의미적으로 사람, 동물 등 다리가 있는 개체를 나타내는 단어를 주어로 가질 수 있다. 망치는 그러한 개체가 아니기 때문에 술어와 주어 사이의 선택 제한을 어겼다. 마찬가지로 가벼울 수 있는 대상은 질량이 가지는, 3차원상의 물체이지만 자유는 분명히 그러한 대상이 아니다. 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소설 제목에서도 보듯이 선택제한은 비유적 의미에서 엄격하지 않고, 그것을 위반한 표현이 오히려 참신할 수도 있다. '소리없는 아우성'과 같은 모순적 표현도 시어로서는 훌륭하다. 시에서는 허용된다는 것이다. 동사와 목적어의 결합에서의 선택제한도 중요하다. 마실 수 있는 대상은 액체이지만 책은 그러한 대상이 아니고, 때릴 수 있는 것은 구체적 대상이지만 추상적인 진리는 그러한 대상이 아니다. 술어와 부사의 결합에서도 선택제한이 작용한다. '빨리'는 동작을 나타내는 술어를 수식하는 의미를 가졌기에 동작과는 관계가 없는 '예쁘다'와 결합할 수 없다. 또, '무척'은 보통 형용사가 표상하는 상태의 심한 정도를 의미하므로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인 '멈추다'와 결합한다면 선택제한을 어기게 된다. 선택제한을 어겨 의미적으로 이상한 문장들이 형식적으로는 완벽하다. 즉 문법적 문장들이다.